창업자 이해진의 토로
"韓서 돈 안벌어도 좋다
마찰 일으킬 사업 말라"

“뜻은 알겠는데 정부나 정치권에서 뭐라고 하지 않겠어요? 좀 더 생각해 봅시다.”
지난달 중순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네이버의 한 회의실. 국내 신사업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젊은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지금이 사업을 시작할 적기라고 했다. 하지만 담당 임원의 생각은 달랐다. 네이버가 또 신시장을 석권하는 것 아니냐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도 신경 쓰자고 했다. 이날 회의는 시간 여유를 두고 좀 더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네이버 임원들이 국내 사업 확대에 신중론을 펴는 것은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C)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네이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GIC는 “한국에서 돈 안 벌어도 좋으니 머리에 띠 두르고 반대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자”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특히 회사 고위급 임원들에게 “한국에선 신사업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GIC가 이처럼 생각하게 된 것은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4월부터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타다’는 혁신적 서비스였는데 택시기사들이 머리띠 두르고 반대하고 정치권에서 택시기사들 손을 들어주면서 이 GIC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국내 직원들은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줄면서 외국 사업에 주력하는 네이버의 방침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옥죄는 규제 봇물
하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 GIC는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친족과 관계인 회사까지 모두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이 탓에 이 GIC는 네이버문화재단 소속 임원이 보유한 회사를 공시에서 누락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빌게이츠재단처럼 미래 세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세운 게 네이버문화재단”이라며 “단순한 실수로 주변 사람들이 고초를 겪자 이 GIC가 크게 상심했다”고 전했다. 이 GIC는 특히 지난해 4월 ‘타다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국내 사업 확대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은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에 갖은 규제를 덧씌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8일 입법예고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다.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도 빅테크 기업엔 큰 부담이다. 무엇보다 검색 알고리즘을 일부 공개하도록 한 내용을 두고 업계 반발이 크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공개는 맛집에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고 반발했지만, 공정위는 “검색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입점업체에 알리는 게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이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확대하고, ‘앱마켓분과’를 신설하는 등 규제 조직도 더 강화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한 디지털 경제 달성을 첫 번째 업무과제로 삼겠다”며 플랫폼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가 카카오와 달리 은행업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 것도 이 GIC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금융업에 진출하는 순간 기존 사업자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고, 규제당국의 감시도 강해질 것이란 점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벤처캐피털(VC)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는 네이버웹툰도 최근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네이버웹툰은 K콘텐츠 확산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헬스케어 분야도 외부 반발을 우려해 네이버가 국내에선 사업을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최근 로봇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으로 발탁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신규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사내 건강검진 서비스도 일본 직원들을 상대로 먼저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라인을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IT업계 관계자는 “원격진료 사업은 네이버가 머뭇거리는 사이 텔라독, 핑안헬스케어 등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지훈/구민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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