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를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7일 발표하자 산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제조업을 2050년까지 저(低)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재 기술 수준과 제도로 3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실제 기업, 국민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탄소세 도입, 경유세 인상, 내연차·석탄발전 퇴출 시점 등 민감한 내용은 모두 나중에 다루겠다는 설명만 내놨다.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나 국민적 공감 없이 일방적인 `과속`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수소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2차전지, 화이트 바이오, 저전력 반도체 등을 육성해 탄소중립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철강 공정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바꾸고, 석유화학은 기존 납사(나프타)를 바이오와 수소로 대체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시멘트 업종은 석회석을 친환경 원료로 바꿔야 한다.
이런 정부 계획에 대해 철강업체는 "사실상 2050년이 되기 전에 가동을 중지하라는 선고"라며 존폐 기로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친환경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어 이미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게 탄소 감축을 실천해나가고 있다"며 "탄소세와 같은 과도한 법제화로 일괄 기준을 적용받으면 기업 경영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어려워져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정부 스케줄에 맞춰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을 무시하고 기업 등을 떠민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형희 SK수펙스협의회 사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가해 "SK그룹이 RE100을 선언했지만 비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다 보면 제품 가격이 적어도 수십 %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전기요금 부담이라도 줄여주지 못하면 수출도 안 되고 일자리도 크게 없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정부 계획에 목표만 있을 뿐 실현 수단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국민 부담을 의식한 듯 이번 추진 전략에서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정책 과제는 하나도 담지 않았다. 알맹이가 너무 없다 보니 추진 전략은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2050 저탄소사회 비전포럼 등이 앞서 발표한 것의 `재탕`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정밀하고 치밀한 산업 계획보다는 정부가 이것저것 툭툭 던지고 보는 식이어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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